우리집 근처(한 블록 내)에 어떤 사람이 살고 있다가 오늘 오전에 이사를 갔다.
그 집 때문에 한달에 2-3번 정도 경찰이 출동했었는데,
정작 신고당한 본인의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경찰까지 왔는데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또 의문스러운 몇 가지 점이 그 사람이 이사를 감으로써 없어지기는 했지만
왜 경찰은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는지 또한 의문스러워 이렇게 글을 남겨두고자 한다.
그 사람은 동네 사람들이 30대 중반 정도의 여자라고 표현했다.
이사하던 날 어머니뻘로 보이는 사람과 함께 방음장치를 할 수 있는 자재를 한 트럭 싣고 와서는 내부에 방음장치를 했다.
그 집은 그 사람 명의의 집도 아니고, 세를 살고 있는데도 내부에 그런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그날로부터 그 사람은 '홀로' 그 집에 살았다.
다음날에는 커튼을 달았다.
일반적으로 가정집에서는 '커튼'이나 햇빛 차단용 '블라인드'를 달지만, 그 집에는 '암막'을 달았다.
그래서 밖에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사오고 한달 쯤부터인가 그 사람은 모습을 감추었다.
가끔 밖에 나갔다 오면서 물건을 한보따리씩 사오곤 했는데, 그마저도 하지 않았고 정말 어쩌다 가끔 택배차가 그 집에 물건을 날라다줄 뿐이었다.
그 사람을 길에서 봤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 몇 달전부터 경찰이 오기 시작했다.
그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신고내용은 밤에 나는 소음.
우리집은 그 집과 한 블럭 가까이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소음을 들은 시각(새벽 3시)에는 거의 창문을 비롯하여 모든 문을 닫고 잠을 자는 시간이라서 소음이 들리는지도 몰랐다.
처음에 경찰이 왔을 때 그 사람은 문을 열어주었는데, 이상하게도 경찰이 가면서 그 사람에게 상당히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고 한다.
그 사람의 앞집과 옆집은 밤마다 들리는 정체모를 소음으로 시달리고 있었다.
진술에 따르면 뭔가 바닥을 뚫는 듯한 소리이기도 하고, 게임을 하는 것 같은 소리이기도 하고, 톱으로 써는 것 같은 소리이기도 하고, 무당이 굿을 하는 것 같은 소리이기도 한데, 공통적인 점은 그 소리가 약 10분 가량 매우 크게 나서 늘 그 시간에 놀라서 깬다는 것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열심히 토론과 논쟁을 거친 결과 그 사람을 무당이라고 단정지었고, 경찰은 정신이상자라고 설명하였다.
그 뒤로 한달에 한 번 정도는 경찰이 출동하였으나, 출동한 시간은 아침 또는 대낮이어서 이미 상황이 종료된 상태였고,
그 일이 있는 시간에 불러달라는 말만을 주변 사람들은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번번히 그 사람과 연락이 되지 않아서 집 안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을 들어야만 했다.
주변 사람들은 분노가 점점 커져갔다.
우리집 근처는 주로 집주인과 세사는 사람이 같이 사는 단독다가구가 대부분인데, 급기야 세를 내놔도 잘 나가지 않거나,
세든 사람들이 그 소음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어서 기한이 되지 않았어도 그 집을 나가겠다고 집주인들에게 호소해온 것이다.
결국 경찰에 또 다시 전화를 한 주변 사람들은 그 집의 집주인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때에는 이미 그 사람의 기한이 2달 정도 남은 상태였다.
주변 사람들은 그 사람을 내보내달라고 집주인에게 하소연하였으나 2년이 되지 않아서 강제로 내보낼 명분이 없고 법원을 통한 강제집행은 그 시일이 너무 걸려 어차피 2달 후이면 이사를 할 것이니 조금만 참아달라는 집주인의 말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이 즈음부터 날이 더워져 내 방 문을 열어놓고 잠을 자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좀 늦게 잠자리에 들었는데, 느닷없는 큰 소리에 선잠을 깨게 되었다.
정말 이상한 괴소리였다. 급한대로 핸드폰으로 그 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보려고 하였으나 내용이 제대로 들리지 않는데다가 뭔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소리라서 무엇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그런 소리였다는 게 그 소리를 직접 들은 나의 생각이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점이 든 것은...
형사법을 전공하고, 범죄학에 관심이 많은 미드 매니아로서 이 소리는 어쩌면 뭔가 큰 소리가 나는 것을 덮기 위해서 낸 소리가 아닌가 싶었다. 특히 암막까지 치고 밖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게 자신을 숨기는 사람이 축제용 앰프를 튼 것 같은 큰 소리를 그것도 아주 조용한 새벽에 낸다는 것은 뭔가 정말 수상하지 않은가?
그 사람이 내는 진짜 위험한 소리를 덮기 위해서 그런 소리를 정말 정기적으로 같은 시간에 내는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 의문을 품고 그 뒤로도 몇차례나 그런 소리를 듣고 있던 사이에 그 사람이 이사를 할 시간이 어느덧 다가왔었나보다.
오늘 아침 시끄러운 소리에 밖을 내다보니 또 경찰이 출동했다.
그 집이 새벽부터 이사를 한 것이다.
그런데 이사짐이 정말 수상했다.
보통 여자 혼자 사는 가정집에서라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조합들.
일단 2년전 이사를 온 상태 그대로 둔 것인지 먼지가 쌓인채 비닐로 포장되어 있는 의자,
한 번도 열어보지 않은 것 같은 상자들
또 도대체 뭐가 들어있는지 전혀 알수 없도록 완전 밀봉한 대형 박스들
그리고 에어컨 2대, 업소용 대형냉장고 3대, 김치냉장고 3대, 아이스박스 3개
거기에 생수 수십통, 열 몇개의 라면박스, 대형앰프 2세트
큰 의자는 있는데, 책상도 책장도 없고, 들어올 때 설치했던 방음장치 같은 종류는 다 뜯어서 하나로 꽁꽁 싸매두고(포장이사인데, 직접 포장을 다 해 둔 솜씨에 엄청 무거웠는지 이사짐센터에서 여러명이 힘들게 들어 나름)
이사가 끝난 후에 마지막으로 그 어머니뻘의 여자와 그 사람이 밖으로 나오는데, 사람들이 다들 지켜보고 서 있었다.
얼굴을 전혀 본 적이 없던 그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주변사람들로부터 공격을 받을까 두려웠는지는 모르겠으나 꺼져 있는 전화기로 통화중? 그것도 큰 소리로 웃으면서 통화하는 척하더니 재빨리 콜택시에 몸을 싣고 사라졌다.
그렇게 몇 달에 걸친 주변 사람들의 사투는 그 사람의 퇴장으로 이제 막을 내린 듯 싶다.
그런데 그 이사짐을 보고 있으니 한편으로 우려스럽기도 하더라.
다른 곳에 가서도 또 그렇게 사는 것 아닐까.
그 주변 사람들에게도 한밤중에 깨는 상황이 생기지 않을까.
그 사람은 도대체 어디에서 살게 되는 것일까.
어떤 사정이 있는 것일까.
정말 경찰의 말대로 그 사람은 정신이상자일까.
아니면 주변 사람들 말대로 무당일까.
음모론이 될 수도 있지만 더 큰 범죄를 숨기기 위한 어떤 방편은 아니었을까...
이런 사람 정말 수상한 사람 아닌가?
내가 잘못 생각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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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동안 86편이나 되는 대작을 단숨에 보았다.
잠을 자도 생각나고 눈을 뗄 수가 없어서 밤을 새고...
이게 뭐하는 일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만큼 가슴이 먹먹해지고, 몰입도가 강한 사극이었다고 생각한다.
대왕세종의 시청률이 다른 대하드라마에 비하여 현저히 낮았던 것은 그래서 참 유감이다.
세종대왕은 사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우리나라 사람이면 대부분은 알고 있는 조선시대 국왕이다.
늘 그가 무엇을 만들었는가, 어떤 업적을 남겼는가... 이런 것에만 관심이 있었지 그 안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었는가,
또 어떤 과정에서 만들어졌는가, 얼마만큼의 노력이 들어갔는가는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
물론 이 대왕세종이 굉장히 정치적인 사극드라마이고, 정사에 비하여 왜곡도 심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허구의 세계니까 그랬다 치자.
문득 한글이 없었다면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었을까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한글을 구체적으로 누가 만들었는지, 특히 세종 혼자 만들었는지, 아니면 신하들과 같이 만들었는지, 또는 신하들만이 모여서 만들어 바쳤는지, 외국 것을 따다 만들었는지... 그런 이야기들은 물론 의견이 분분한 부분이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누가 어떻게 만들었건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 쭉 한글이 없는 상태에서 살고 있다면,
우리는 중국한자로 발음되지 않는 부분을 참아가며 말과 글이 따로 놀게 됨에도 불구하고 그냥 살아갔겠지.
그러다가 컴퓨터로 전세계가 통하는 세상이 되면서 점차 우리 말 중 중국어로 표기될 수 없는 말들은 알파벳으로 표기해갔겠지.
아니면, 그조차 힘든 사람들은 여전히 읽지 못하고 쓰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대신 읽어주고 써주는 것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일제시대 그 엄혹한 세상에서도 한글을 지키고자 애썼던 수많은 분들은 우리만의 말과 글의 잃어버림이 얼마나 큰 재앙인지를 잘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목숨을 걸고 그걸 지킬 노릇을 찾고자 하였을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우리는 점점 우리만의 말을 잃어가고 있다.
인터넷 보급으로 세계에 우리나라의 언어를 펼칠 수 있을 기회를 삼을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여전히 외국의 문물을 수용하고 그걸 먼저 아는 것이 우수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현실...
한국의 학문을 영어로 배워야 하고 가르쳐야만 하는 이 안타까운 현실을 만드는 자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대왕세종에서 세종이 한글반포를 반대하는 최만리와 집현전 학사들에게 했던 말처럼 '어려운 글로 써놔야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하나 더 안다고 으시대는'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늘의 나는 반성을 한다.
학문으로서도 마찬가지다. 외국의 학문을, 학문을 하는 사람으로서 받아들이고 연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그것을 후학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우리말이어야 한다. 그래야 후학들이 똑같은 부분을 다시 외국어로 배울 필요가 없이 또 다른 부분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테니까.
그리고 특히 내가 전공하는 법은 초등학생도 널리 알 수 있는 말로 쓰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온 국민이 다가가기가 좀 더 쉽게 법을 만들어내는 것은 오히려 많은 분쟁을 줄일 수 있는 그런 방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 덥고 조금은 한가로운 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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